모델로 보여준 건 교탁 위 아그리파인데
우린 저마다 저 닮은 석고상을 그렸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안에는 자화상을 그리는 본성이 있나봅니다.
그것을 확인시켜 주는 분이 바로
저희 수도회 작가 김옥순 막달레나 수녀님이십니다.
수녀님의 그림 안에는 수녀님 닮은 아이들과
수녀님 닮은 성모님, 그리고 아기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수녀님의 그림에는 소박함과 따뜻함이 있습니다.
수녀님의 소박한 기쁨과 단순한 삶, 그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 본성이 있다면
창조주 하느님 역시 당신의 아드님을
당신과 꼭 같게 만드셨고,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하신 말씀처럼
우리 또한 당신과 같은, 아드님과 같은 닮은꼴로
만드셨으리라 생각하니 흐믓해집니다.
하느님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성탄 이야기를 담은 책 [성탄]에
짤막한 그러나 의미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한 아이가 친구와 숨바꼭질을 하다가 친구가
자신을 못 찾겠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며
울면서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랬구나, 그러면 안 되지.
그런데 얘야, 하느님도 마찬가지시란다.
그분이 숨으셨는데 우리가 찾지 않는 거란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모상이 되고 자유와 사랑을
만끽하도록 숨어 계십니다.
정말 어려운 곳에 숨으셨다고 교황님은 말씀하십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한 아이 안에 숨으셨으니 말입니다.
“하느님이 숨으시는 이유는 우리가 당신을 닮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서 진리와 사랑이 피어나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다림을 시작하며 나와 같은 모습을 하신 예수님,
내 옆 자매와 꼭 닮은 예수님을 떠올리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 안에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