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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소경의 꿈(上)
소경의 꿈(上)
정영수
작성일 : 13-03-18 08:47  조회 : 21,402회 
“앞이 안 보이자 DJ(디스크자키) 소원 이뤘네요.”
 얼마 전에 방영된 KBS ‘다큐3일’프로에 이영호씨가 나왔다. 참 오랜만이다. 영화감독 이장호씨의 친동생이라면 혹시 기억할까. 대학 등록금을 아낌없이 형한테 건네 ‘입봉(Elevation)’작 <별들의 고향>을 만들게 해주고, 자신도 영화배우로 잠시 이름을 날린 그였다. 그가 미국에 영화유학을 가 박사과정을 밟던 중 시력을 잃었다. 알고 보니 어려서부터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단다. 귀국한 뒤 소식이 없다가 라디오방송 DJ로 돌아온 것이다.
 
 DJ라면, 디스크자키(Disk Jockey) 즉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디스코텍 따위에서 가벼운 이야깃거리와 함께 녹음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 아닌가. 앞이 안보여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왕년에 디스크자키의 꿈 가져보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마는, 이영호가 영화배우나 명감독이 됐더라면 필경 DJ 되긴 글렀을 것이다.
 
 타고난 맹인도 마찬가지겠지만, 멀쩡한 눈으로 사물을 보다가 갑자기 앞을 못 보는 중도맹인의 고통은 어떨까. 12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탈리아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점자를 익혀 사탑(斜塔)의 도시 피사(Pisa)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법학박사학위까지 땄다. 수년 간 법정 선임변호사로도 활동했으나, 맹인에게 율사(律師)의 길은 편편찮았다.
 
“노래는 입으로 하는 것이지, 시력하곤 상관이 없거든”
 변호사를 그만둔 보첼리는, 취미로 익힌 피아노솜씨로 야간에 재즈 바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당대 최고의 테너 프랑코 코렐리(Franco, Corelli)가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듣고 성악을 권했다. 그리고 그의 멘토를 자청한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탓일까. 코렐리로부터 사사한 보첼리는 이듬해 산레모가요제를 석권하고, 1996년에 영국의 파페라(Popera)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는 ‘파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여러 장의 솔로 음반을 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주빈 메타 ‧ 로린 마젤과 같은 세계적인 명지휘자들과 오페라 <라보엠> ‧ <토스카>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정명훈 지휘로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미군 중위 핑커톤(Pinkerton)역을 해내기도. 2000년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첫 내한공연을 가졌으며, 2003년엔 자서전을 출간했다.
 
 187cm의 훤칠한 키에, 올해 55살의 안드레아 보첼리가 아직도 맹인인줄 모르는 그의 노래를 듣는 팬들도 많다니 놀랍다. 비록 앞은 아보이지만, 음악의 세계에서 팝과 클래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가 부럽기도 하고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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