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는듯하더니 어느새 3월이다. 봄이 시작되는 지금의 3월(March)은 전쟁의 신(神 · Mars)에서 유래한 1년의 첫 달이었다. 겨우내 전쟁준비를 해놨다가 얼음이 녹으면 칼을 간다 해서 ‘전쟁의 달’이기도 했다. 3월은 사실상 1년의 시작인, 지금의 1월이라야 맞다. 원래 로마 달력에서 ‘마르티우스(Martius)는 3월이 아니라 1월이었다. 이렇게 셈해보면 지금의 9월(September)은 일곱 번째 달이고 10월(October)은 여덟 번째 달이다. 11월(Nobember)은 아홉 번째 달, 섣달인 12월(December)은 열 번째 달이 아닌가. 그런데 훗날 10개월이던 1년이 12개월로 늘면서 ‘야누아리우스(Junuarius · 영어의 January)와 ’페브루아리우스(Februarius · February) 두 달이 맨 앞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앞에 소개한 네 달은 9, 10, 11, 12월로 밀린다. 그때 1월(January)은 ‘문(門)의 신)’이자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는 신’인 ‘야누스(Janus)’의 이름을 따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의 1년은 12개월로 이루어져 있다. 그 원천인 초기 로마력은 로물루스(Romulus)가 제정하고 도시국가인 로마에서만 쓴 지방달력이었다. 로물루스는 전설이 전하는 로마의 초대 왕이다. 당초 쌍둥이 가운데 형인데 동생 레무스와 함께 테베레강에 버려졌으나, 이리의 젖으로 자라다가 양치기에게 발견되어 양육되었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처음 달(月曆)의 이름은 라틴어의 숫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를테면 셉템(septem), 옥토(octo), 노벰(novem), 디셈(decem)은 각각 일곱, 여덟, 아홉, 열의 뜻. 거기에 영어의 ‘-ber’가 붙어 12개월의 달 이름이 되면서 9월(September), 10월(October), 11월(November), 12월(December)이 된 것. 라틴어 숫자와 지금의 달 이름이 안 맞는다. 왜 그럴까?
원래 로마의 달력은 1년이 10개월, 304일이었다. 그 1년은 3월인 마르티우스(Martius · 영어로는 March)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원래의 로마 달력에서 마르티우스는 3월이 아니라 1월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계산해보면 당연히 September는 일곱 번째 달, October는 여덟 번째, Nobember는 아홉 번째 그리고 December는 열 번째 달이 된다.
달력을 계절과 맞추기 위해 2년마다 1번씩 27일 또는 28일의 윤달을 둬보는 등 아무리 짜 맞춰 봐도 계절의 혼돈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카이사르가 이집트원정에서 12달로 된 역법을 보고 “이거로구나”하며 이를 도입한다. 이렇게 해서 BC46년에 태양력의 시초인 율리우스(카이사르)력을 만들어 평년을 365일, 4년에 1회씩 윤년으로 366일로 한 것이다.
그럼 라틴어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말은 왜 달력(달의 이름)에서 사라진 것일까. 원래대로라면 라틴어에서 다섯을 뜻하는 ‘퀸트(quint)’와 여섯을 뜻하는 ‘섹스트(sext)‘가 붙어야 옳다. 물론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곧 우리가 알고 있는 7월(Jury), 8월(August)로 변했다. 알다시피 두 달의 이름은 로마의 영웅들 이름이다. 7월에 태어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와 8월생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Augustus Caesar)가 중간에 끼어든 것이다. 힘의 논리다.
1년은 10개월이었는데 거기에 July와 August가 끼어드는 바람에 12개월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건 착오다. 애당초 10개월에 1월인 January와 2월인 February가 끼어들어 12개월이 된 것이고, 단지 7월과 8월의 이름은 숫자대신 로마의 두 영웅의 이름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참고로 달력을 뜻하는 영어 캘린더(Calender)는 라틴어 칼렌다리움(Calendarium)에서 따온 것으로 ‘회계 장부’라는 뜻이란다. 한긴 우리 어렸을 적 한 장짜리 열두달 달력에는 오만가지 메모가 그득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