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암(癌)과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12월의 시(詩)>을 통해 이렇게 기도한다. 시인은 <12월의 촛불기도>에서도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며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한다.”고 했다.
이어 평화의 촛불을 켜고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인다.”며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라고 읊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면 시인이 아닌 누구에게나 시가 절로 나온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아쉬움과 설렘을 함께하기 때문이리라.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중략>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산(怡山) 김광섭은 1969년 세모에 발표한 그의 시집 ‘겨울날’에 실린 <저녁에>에서 이렇게 쓴다. ‘밝음 속에 사라지는 별'과 '어둠 속에 사라지는 나'의 대응이다. 별이 밤하늘의 어둠 속에서 그 밝음을 더해 가듯이, 인간의 삶 역시 역경과 시련을 헤쳐 나아가는 데서 비로소 참된 빛과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보여 준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 성찰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 그의 네 번째 시집 <성북동 비둘기>는 문학적 업적의 결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중등학교 교과에도 실렸고, 1977년에 대한민국 건국에 이바지한 공로로 건국포장을 받았다.
해묵은 시름을 씻어버리리
앉은 자리 백 병 술을 마셔버리네
밤은 좋아 이야기는 길어만 지고
달은 밝아 도무지 잠 못 이루네
시선(詩仙) 이백의 꿈은 살아있는가. 술이 깨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시 한 수 남았을 뿐이거늘. 선현(先賢)들이 깨우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염원을 ‘나눔마당’에 그대로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