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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하얀 오스카
하얀 오스카
정영수
작성일 : 15-03-03 16:08  조회 : 22,249회 
 지난 23일(현지시간 22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남성들만의 잔치’라는 구설을 남겼다. 채널 CGV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생중계 됐다. 아카데미상(Academy Award ‧ OSCAR)은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 약칭 ‘아카데미’)’가 수여한다.
 
 ‘미국의 새해는 아카데미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한해 전에 발표된 미국 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에 대하여 해마다 봄철에 장장 4시간 잔치를 벌여 시상한다. 초창기의 상(賞)은 11개였으나 현재 40개 분야로 늘어났다.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 봄 할리우드의 루즈벨트 호텔에서 거행되었다.
 
 초기의 아카데미상은 고작 20여 명의 멤버로 구성된 위원회가 수상작을 선출하는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인 1932년에는 100명의 위원들이 선출에 나서는 대규모 시상식으로 성장하였다. 처음 15년간은 호텔에서 거행되다가 2002년부터 할리우드에 코닥 극장(Kodak Theatre)이 아카데미 전용 시상식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원도 3천명으로 늘고, 그들 모두가 한 표씩을 던져 뽑는 상이니 알아줄 만하다.
 
 아카데미상은 ‘상(賞)’이고 부상으로 주는 오스카상은 ‘상(像)’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으면 34cm 높이의 金도금한 인간입상(人間立像)을 동시에 거머쥔다. 그래서 오스카상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게 그거지만 헷갈리기 쉽다. 한 때 “아카데미상, 오스카상 중 어느 것이 더 유명하냐?”고 묻는 개그도 있었다. 참고로 아카데미상 홈페이지는‘oscar.com’으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연말께부터 모니터를 해보면 어느 영화가 상을 받을지 대충 감을 잡는다.
 
 “미국영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외국영화상 부문이 생겼다. 해마다 한 나라에서 한 개의 영화를 출품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마더>, <태극기 휘날리며>등을 내놔 호평을 받았다. 역시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등 이탈리아 영화가 한 때 독무대였다. 세계적인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되고는 있으나, 지나치게 미국적이며 ‘너무 하얀 오스카(Oscar, so White)’라는 인종차별의 비판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셀마(Selma)>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흑인 여성감독 에바 두버네이(Ava DuVernay)와 킹 목사 역의 데이비드 오옐로우(David Oyelowo)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셀마>는 이날 주제가상 하나만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오스카 후보를 선정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약 6300명 중 94%는 백인이고, 흑인과 히스패닉은 2%에 불과하다. 77%는 남성이고 평균연령은 62세다.
 
 지난해 <노예 12년(12 Years a Slave)>의 스티브 맥퀸 감독이 사상 첫 흑인 감독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쏟아졌던 찬사가 “오스카 트로피는 화이트 골드냐?”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남녀차별 논란도 하나 더했다.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을 연출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Jolie)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실시된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흑인의 70%가 아직도 미국은 피부색깔로 평가받는다고 답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초보다 더 심해졌다는 응답이다.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이 있은 지 51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흑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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