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어는 작은 마을에 인형을 만들어 파는 제페토(Geppett)가 살고 있었다. 재페토는 어느 날 별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만든 남자아이 인형 피토키오(Pinocchio)가 진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 날 밤 푸른 요정(The Blue Fairy)이 나타나 피노키오에게 아직은 인형 모습 그대로이지만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다만 피노키오가 용감하고 비이기적이고 진실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가 진짜 소년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목각인형인 피노키오에겐 많은 시련이 닥친다. 먼저 피노키오를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한다. 피노키오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려하자 그의 코가 자라기 시작한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그의 코는 조금씩 길어져 마침내 가지까지 생겨나고 새들이 날아와 둥지까지 튼다.
이탈리아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가 1883년에 쓴 <피노키오의 모험>이 피노키오의 정확한 데뷔작이지만, 대부분 우리가 기억하는 피노키오의 이미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쪽이 먼저 떠오른다.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목수 제페토가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을 피노키오라 이름 붙였더니 요정이 마법을 부려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게 된다. 특히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설정은 여러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동화의 하일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대목이다. 상상만해도 우스운 동화답고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재미로만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양심과 정직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양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양심이란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양심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면 그것이 잘못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된다. 그때 양심이 작동을 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탐지기가 믿을 만 한 것이다.
전령의 신(神)인 헤르메스가 주신 제우스(Zeus)의 부름을 받는다. “인간세상이 너무 고지식하게 살아 재미가 없어 보인다” 며 거짓말하는 약을 뿌려주라고 이른다. 헤르메스는 거짓말 약을 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하도 넓어 뿌려도 끝이 없고 힘이 무척 들었다. 그래서 꾀를 부린다. 제우스가 잠든 틈을 타 남은 거짓말 약을 한 곳에 쏟아 부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모두 정치인이 됐다는 것이다.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지, 정치인이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10분쯤 대화를 나누면 세 번은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실제로 어느 심리학자는 “적당한 거짓말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거짓말을 하면서 산다는 얘기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켜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이 진실공방이다. 지명자의 자질보다 거짓말 탐지에 더 열을 올린다. 세치 혀로 거짓말을 하기는 누워 떡 먹기다. 거짓말이 진짜 무서운 것은 허언증(虛言症)이다. 자기가 거짓말을 해놓고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는 중증. 피노키오의 코는 약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