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시라고 학교에서 누구에게 말한 적 있니?”
엄마 우아진(김희선)이 초딩 딸에게 묻는다.
“아~뇨, 할아버지가 대성펄프 회장님이면 내 별명은 대번에 ‘휴지’되는 건데 뭘”
기가 찰 노릇이다. 할아버지 안태동(김용건)은 준 재벌 급 제지회사 사장인데, 늘그막에 여우같은 간병인과 몸을 섞고 패가망신 한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즈음이다.
그 똑 부러진 손녀딸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할아버지가 펄프회사 회장님이라는 사실을 내로라하고 말하지 않았을 턱이 없다. 아니 말을 한 정도가 아니리라. 전무로 있는 아빠가 곧 그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라고까지 자랑을 늘어지게 했을 터인즉,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고도 남을 손녀다. 그래서 ‘아~뇨’ 했을 것이다. 그 집구석은 애나 어른이나 다 그렇고 그랬다.
2017년 6월 16일부터 2017년 8월 19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는 최고 12%의 인기 못잖게 ‘말의 성찬(盛饌)’이었다.
“저 그 남자랑 살기 너무 아까워요”
대성펄프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둘째며느리 우아진은 대놓고 바람피우는 남편과 미련 없이 갈라선. 집안 내력인지, 천하 난봉꾼인 시아버지도 이 며느리는 잡아둬야겠다고 아들 주식지분을 모두 주겠다며 말리자 “전 제 가치를 지키고 싶어요.”라며 야멸차게 돌아서버린다.
“왜 저 여자는 다 잃었는데도 하나도 꿇리지가 않냐. 왜 난 다 가졌는데도 하나도 당당하지가 않아 왜”라며 우아진을 선망하는 듯 바라보는 박복자(안 회장 후처 ‧ 김선아)의 표정 변화와 눈물은 일품이었다. 다 가졌지만 어쩐지 초라한 자신과 우아진을 비교하며 그녀를 지탱하던 품위는 결코 비싼 옷과 가방이 아니었음을 알고 참담함을 느낀다.
“아빠, 앞으로는 정신 줄 똑바로 잡고 살아야 돼”
이혼당한 아빠에게 조딩 딸이 충고한다.
“ 인생의 한 부분. 그 편린(片鱗)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된다. 인생은 대체로 미완성으로 끝나는 걸작을 바라는 졸작이지만, 때론 졸작이 걸작으로 탈바꿈하는 지독한 행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역시 우아진은 생각부터 삶이 야물딱지고 똑떨어졌다.
"욕망과 꿈의 차이가 무엇일까“
아버지뻘 되는 준 재벌 안회장을 낚아챈 박복자의 내레이션. ‘어쩌면 난 그냥 꿈만 꾸어야 했을까'라는 말이 이어진다.
"흔히 첩을 부를 때 그러더라구요. 첩년"
딸과 갈 곳이 없어진 우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첩이 가로챈 집으로 들어갔다. 우아진은 적반하장으로 구는 윤성희의 엄마에게 "그쪽 딸은 꼴 같지도 않은 제 남편의 첩"이라며, 첩~ 년"이라고 통쾌한 한 방을 먹여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뼈도 살도 없어지고 한낱 해골이 되는 내가 내일부터의 나의 모습이겠죠. 우리는 행복할 대 불행을 걱정했고, 불행할 때 행복을 희망했고, 무엇보다 가지지 못할 무엇인가를 끝없이 욕망하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안 회장의 간병인이자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녀 박복자는 오로지 상류사회만을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다. 드라마는 삶의 축쇄판이라고나 할까?
“그런 자유를 누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품위 있는 그녀(Woman of Dignity)가 던지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