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죽을 때가 되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니 믿기 어렵다. ‘백조의 노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키그누스(cygnus)가 친구의 죽음을 너무나 슬퍼하자 신들이 그를 백조로 만들어 준다. 이 백조는 죽을 때가 가까워지자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신화일 뿐, 실제로 백조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소야곡(小夜曲 ‧ Serenade)은 19세기 독일시인 루드비히 렐슈타프(Rellstab)의 시(詩)에서 영감을 얻어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이다. 백조는 죽을 때 단 한번 운다는 속설 때문에 보통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백조의 노래’라고도 부른다.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생의 마지막 여름에 작곡한 열네 곡의 가곡 가운데 이 노래가 담겨 있다.
“명랑한 저 달빛 아래 들리는 소리”
우리 귀에 너무 익숙한 가곡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도 그의 연가곡 <백조의 노래>에 나온다. 연가곡(連歌曲 ‧ Song cycle)이란 특정한 목적으로 씌어진 일련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의 모음. 가사는 우리말 번안일 뿐, 실제로 첫 구절은 “이 밤의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내 노래는 / 나직하게 그대에게 간청합니다”이다.
“간다 간다 정든 님 떠나간다”
1985년 11월, 서른세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가수 김정호가 병상에서 마지막 취입한 노래 ‘님’의 첫 구절이다. 마치 촛불처럼 꺼져 들어가는 자신의 운명을 노래로 옮긴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이 앨범은 <못 다 부른 노래 김정호>라는 타이틀로 출반됐다.
지난해 김현식 유작앨범이 공개돼 팬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23년 만에 빛을 본 김현식 미발표 앨범 <김현식 2013년 10월>의 타이틀곡 ‘그대 빈들에’는 김현식의 이 세상 마지막 육성이었다. ‘그대 빈들에’는 1990년 11월 김현식이 서른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백제병원에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마지막 노래였음이 밝혀졌다. 울부짖듯 노래하는 김현식의 이 노래가 그의 백조의 노래가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하는지… ”
가수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1990년 발표한 노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에서 이미 짧은 생애를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라는 당부까지 했다. 지난달 27일 세상을 떠난 신해철(46)은 발라드, 록, 테크노 등 대중가요의 모든 장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뿜어낸 싱어 송 라이터이자 가요계의 천재였다. ‘가요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1990년대를 통틀어 신해철 만큼 대중성과 실험성을 고루 갖춘 뮤지션은 찾아보기 드물 정도다.
신해철은 서강대에 재학 중이던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 보컬로 데뷔했다. 이후 솔로 가수와 밴드 ‘넥스트’로 활동하며 90년대 록 음악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날아라 병아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지난 6월에는 6년여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해 솔로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그의 백조의 노래로 남게 되었다.
신해철이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외쳐봤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의 리듬과 멜로디. 2002 월드컵 직전에 붉은악마 회원용으로 배포된 <꿈★은 이루어진다>앨범에 ‘인 투 디 아레나(Into the Arena)’를 수록한 것이다.
신해철은 2011년 MBC 에브리원 <부부가 엉켜 사는 이야기 : 부엉이 시즌2>에 출연해 “ 다시 태어나도 당신(아내)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 가고 싶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