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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
정영수
작성일 : 14-12-09 05:44  조회 : 20,360회 
 Ob's stürmt oder schneit, ob die Sonne uns lacht(폭풍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태양이 우리 향해 웃어도)”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전차병들이 부른 군가가 영화 <발지 대전투(Battle of the Bulge)>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지휘관(로버트 쇼)의 명령에 따라 전차병들이 군화로 바닥을 쿵쿵 구르며 부르는 군가는 비장하면서도 감성적인 곡조다. 전략요충인 아르덴(Ardennes) 대공세를 위해 징발된 독일 소년병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데, 투지와 기백이 불타오른다.
 
 ‘발지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서부전선에서 독일군 최후의 대반격에 대해 연합군이 붙인 이름이다. 발지(Bulge)는 영어로 ‘불룩하다’라는 뜻. 전선의 일부가 돌출된 것을 가리켜 미군이 붙여준 별명이다. 굳이 독일어로 하자면 ‘불게’라야 맞다.
 
 1944년 12월 24일,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때마침 내린 폭설로 온천지가 하얗게 변했다. 화이트크리스마스다. ‘발지’의 무대인 서부전선 벨기에 숲속 작은 오두막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준비 중이었다. 소년 프린츠(Printz)는 밖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느닷없이 오두막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 쌓인 겨울나무들을 배경으로 철모를 쓴 두 명의 병사가 유령처럼 서있었는데, 바로 뒤에는 부상을 당한 병사 한명이 눈밭에 드러누워 있었다. 적군인 미군들임을 곧 알아챘다.
 
 총을 든 그들은 허락 없이도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나, 문 앞에 서서 잠시 쉬어가게 해 달라는 눈빛이다. 어머니는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부대에서 낙오한 그들은 독일군을 피해 사흘이나 숲속을 헤매다가 동료 한명은 부상까지 입었다는 것이었다. 들어와 철모와 점퍼를 벗고 나니 그들은 앳된 소년모습이었다. 비록 적군이었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단지 도움이 필요한 아들 같아 보였다. 부상자를 살펴보며 어머니가 프린츠에게 말했다.
 
 “저 두 사람의 발가락이 언 것 같으니 재킷과 구두를 벗겨 줘라. 그리고 밖에 나가 눈을 한 양동이만 퍼다 다오”
 프린츠는 따뜻한 물로 퍼렇게 언 발을 눈으로 비벼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쓰려고 아껴 두었던 수탉 한 마리와 감자를 가져와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고소한 통닭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찰 즈음 또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미군들이겠지’ 하고 프린츠가 문을 여니 이번엔 네 명의 독일군이 밖에 서 있었다. 그들이 집안에 들어서자 프린츠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적군을 숨겨주고 먹여주는 것은 최고의 반역죄로 총살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뢸리헤 바이낙텐(Frohliche Weinachten ・ 크리스마스를 축하합니다)”
 어머니는 독일병사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병사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쉬어 가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어머니는 따뜻한 음식도 있으니 실컷 먹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먼저 온 손님이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당신들의 친구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 순간 독일군들은 총을 들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숨어있던 미군들도 마찬가지였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순간 어머니가 그들 사이를 막아서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우리 집에서 싸움은 안 됩니다. 당신들은 모두 내 아들과 같거든요. 모두가 배고프고 지친 몸이니 오늘 밤만은 전쟁을 잊어버립시다.”
성탄절인 다음날 아침, 독일군과 미군들은 오두막집 앞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 헤어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는 그가 쓴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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