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오 순수한 모순
그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것도 아닌
잠이고 싶은 마음이여
프라하에서 태어난 ‘장미의 시인’ 릴케(Rilke)는 유언과 함께 난해한 묘비명을 남겼다. 그의 일기에도 “내가 감은 눈 위에 얹은 장미의 느낌은 일출 전의 잠과 같다”고 썼다. 자신의 작품에 ‘장미’ 라는 단어를 250번이나 썼다는 릴케를, 그래서 사람들은 ‘장미의 시인’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또 다른 연유도 있다. 릴케의 열렬한 팬이었던 이집트 여인이 어느 날 그를 찾아왔다. 릴케는 너무도 고마워 자신이 가꾼 장미를 꺾어 주려다가 그만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상처를 통해 세균에 감염된 릴케는 결국 5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시(詩)와 장미에 대한 열정으로 견뎌냈을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장미온실에서는 지금까지 36종의 신품종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고 히트작은 2010년 개발된 가시 없는 장미 ‘딥 퍼플’이란다. 이 품종은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에 40만 송이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 후 다른 곳에서도 새로운 품종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시가 없다면 장미는 존재 이유가 없어요.
“아름다운 꽃에 이런 가시가 있다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나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다니”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삶도 고통이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어요.
시인 정호승은 <가시>에서 이같이 읊었다.
이탈리아의 아시시(Assisi)에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장미정원은 ‘아씨시의 기적’으로도 유명하다. 성인은 세상에 대한 욕망과 욕정이 생길 때마다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장미덩굴 위에 마구 뒹굴었다. 그런 성인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하느님은 성인의 장미정원에 있는 장미의 가시를 모두 없애버렸다고 전해진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는 그런 인내와 고통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오! 주님 저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중략-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아멘>